저는 금 가격이 온스당 2,800달러를 넘던 2024년 말부터 금 채굴 기업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금 ETF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금 가격이 상승할 때 채굴 기업 주가는 금값보다 2~3배 가까이 더 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런 레버리지 효과는 양날의 검입니다. 금값이 횡보하거나 채굴 원가가 오르면 주가가 금값보다 훨씬 더 많이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원자재 기업 투자가 단순히 원자재 가격만 보고 접근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몸소 배웠습니다.
여기서 금 채굴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바로 AISC(All-In Sustaining Cost)입니다. AISC란 금 1온스를 채굴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합산한 수치로, 쉽게 말해 채굴 원가입니다. 금 시세가 온스당 5,000달러인데 AISC가 1,400달러라면 온스당 순이익 마진은 3,600달러가 되는 구조입니다. 금값이 오를수록 이 스프레드가 커지기 때문에 금 채굴 기업의 주가가 금값보다 높은 레버리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글렌코어는 원자재 채굴뿐 아니라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딩을 동시에 수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기업입니다. 글렌코어는 구리·코발트·아연·석탄·원유·농산물 등을 150개국 이상에서 거래하며, 방대한 물류·저장·운송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비대칭을 활용한 트레이딩 수익을 창출합니다. 글렌코어의 2025년 잠정 실적을 보면 하반기 EBITDA가 반등하며 금속 가격 및 생산량 회복 흐름이 확인됩니다([출처: Glencore Preliminary Results 2025](https://www.glencore.com/media-and-insights/news/glencore-preliminary-results-2025)).
제가 글렌코어 주식을 직접 검토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ESG 리스크였습니다. 글렌코어는 과거 여러 국가에서 뇌물 공여 혐의로 대규모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석탄 사업을 지속하고 있어 ESG 투자자들의 기피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렌코어의 트레이딩 수익 구조가 매력적이더라도 장기 보유 관점에서는 ESG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원자재 기업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원자재 가격 사이클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채굴 기업의 이익은 원자재 가격에 레버리지로 연동되어 가격 하락 시 적자 전환이 빠르게 나타납니다. 또한 각 기업의 AISC와 현재 원자재 가격의 스프레드, 부채 비율, 배당 지속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원자재 기업 투자는 원자재 가격의 저점 근처에서 분할 매수하고 고점에서 분할 매도하는 사이클 투자 접근법이 장기적으로 유효합니다.
저는 원자재·금·채권 관련 기업 주식을 포트폴리오의 약 10~15% 수준으로 분산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 ETF처럼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금값이나 구릿값이 급등할 때 훨씬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자재 기업은 개별 기업의 경영 품질, 환경 규제 대응, 지정학 리스크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원자재 가격 전망만 보고 낙관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각 기업의 AISC 관리 능력과 ESG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한 후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